🎭 우리는 모두 무대 위의 연기자 – 『자아 연출의 사회학』을 읽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연극’과 닮아 있다는 걸
어빙 고프먼의 ‘사회 연극 이론’을 통해 새롭게 깨달았다.
책을 읽기 전엔 막연히 "사람 앞에서는 가끔 나 아닌 척 할 때가 있지" 정도였는데,
읽고 나서는 내가 얼마나 철저하게 '역할'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조금은 무섭게 느끼기도 했다.
🎭 사회는 무대, 나는 연기자
고프먼은 사회를 하나의 '공연장'으로 본다.
우리는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에 따라,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매 순간 연기하며 살아간다.
앞무대에서는 완성도 높은 연기를 하고,
뒷무대에서는 조금 느슨한 나를 드러내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완벽한 직원,
가정에서는 덜 꾸며진 가족 구성원,
친구들 앞에서는 가끔씩 진짜 내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이렇듯 우리의 자아는 한 가지가 아니라,
각 무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복합체처럼 느껴졌다.
😔 연기의 피로, 그리고 나
나는 원래부터 내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끼며 살아왔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이 무서워서
사람들의 성격과 분위기에 맞게 말투까지 바꿔가며 행동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져서
그게 연기인지, 진짜 내 모습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런데 요즘은 이 연기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할이 많아지고 관계가 늘어날수록
'연기자'로 살아가는 게 조금 벅차게 느껴졌던 것 같다.
🌍 SNS는 오늘날 최고의 무대?
요즘 SNS를 보면, 더 강하게 이 이론이 와닿는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는
자신의 최상의 모습, 예쁘고 멋진 순간만 올려두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누군가는 좌절하고,
누군가는 더 멋진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어쩌면 지금 SNS는 ‘우수 연기자들의 무대’이고,
초보 연기자들이 그걸 보며 상대적인 열등감을 느끼는 시대가 아닐까?
나는 이런 현상 속에서,
고프먼의 말처럼 우리가 얼마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 나를 연기하는 이유
생각해보면, 우리가 연기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능력 있어 보이고 싶고,
다정하거나 쿨해 보이고 싶기 때문.
그건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나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건 조금 슬픈 일 아닐까.
💭 글을 마치며
해외봉사팀 활동을 하면서도,
내가 말하지 못하고 조심스러웠던 이유 역시
“나대는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까?”라는
타인의 시선 때문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이상
우리는 모두 연기자일 수밖에 없지만,
가끔은 뒷무대에서 쉬어갈 줄도 알아야
진짜 무대 위에서 오래 설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나에게 알려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