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밥상』을 읽고 – 우리가 먹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당신이 먹는 음식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이 흔한 말이 『죽음의 밥상』을 읽고 나서는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책은 단순한 먹거리 이야기나 유기농 권장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매일 먹는 음식이 어떻게 이 식탁까지 왔는가’에 대한 탐사다.
그리고 그 여정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하고, 복잡하며, 선택을 요구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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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 - 예스24
『죽음의 밥상』은 논쟁적 윤리학자 피터 싱어, 그리고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농부이자 변호사인 짐 메이슨이 밥상을 향한 험난한 여정을 통해 크고 작은 식품업자들이 파묻어 두었던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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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농은 정말 윤리적일까?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을 건강과 환경을 위한 대안으로 여기지만,
책을 읽으며 나는 이 ‘유기농’이라는 단어조차 무비판적으로 소비되는 하나의 마케팅 언어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 유기농 곡물을 먹이지만
맨땅 위에서 극한의 환경 속에 방치된 소들로부터 나온 우유는
과연 윤리적인 유기농일까?
‘유기농 인증’의 허점,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불리한 기준,
기업 중심의 시스템은 유기농조차 완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 GMO, 먹어도 될까?
유전자 조작 식품(GMO)은
그 자체로는 과학 기술의 놀라운 발전일 수 있다.
생산량이 높고, 농약을 덜 써도 되고,
기근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에게는 분명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GMO는 아직도 많은 의문 속에 놓여 있다.
인체에 안전한가?
생태계에 혼란을 주지는 않을까?
기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언제나 도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그것이 생명과 식탁에 직접 연결된 문제라면 더더욱.
🍽️ 무엇을 먹을 것인가 – 실천 가능한 선택
책을 덮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대체 뭘 먹어야 하지?" 였다.
유기농은 완벽하지 않고,
공장식 농업은 말할 것도 없으며,
GMO는 여전히 불안하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걸 알고 나면 ‘베건이 되어야겠다’는 결심보다는
**‘나는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망설임이 더 컸다.
익숙한 식생활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렵고,
혼자서는 무력하다는 기분도 든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한 문장이 마음을 움직였다.
"완벽한 베건이 될 필요는 없다. 더 나은 선택을 조금씩 해나가면 된다."
맞다. 꼭 모든 걸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조금 더 나은 쪽으로 선택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실천 가능한 시작일 것이다.
💬 먹는다는 것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
책을 읽으며 깊게 생각해봤던 토론 주제들을 정리해본다.
이 질문들은 단지 음식에 대한 게 아니라, 인간성과 윤리,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다.
- 동물에게도 윤리가 주어져야 할까?
- GMO 식품은 정말 도입되어야 할까?
- 먹기 위해 동물을 (고통 없이) 죽이는 건 옳은가?
- 야생에서 사는 동물이 공장식 농장보다 행복할까?
- 꼭 베건이 되어야 윤리적인가?
- 감자칩만 먹는 베건이 달걀을 먹는 사람을 비난할 수 있을까?
-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이라면 고기를 먹어도 괜찮을까?
어떤 질문에도 아직 명확한 답은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식탁 앞에 앉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다른 ‘먹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 마무리하며
『죽음의 밥상』은 먹거리라는 일상적인 주제를 통해
우리가 외면해왔던 현실과 선택의 윤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모든 것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이고 시작이다.
오늘의 식탁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선택으로 채워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