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름다운 시 읽기 – 존재의 끝에서 만난 고독과 사랑

다락주인장 2025. 4. 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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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는 건,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

우리는 종종 시를 통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발견합니다.
특히 오늘 읽은 세 편의 시는 모두
‘끝’, ‘없음’, ‘고독’,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의 경계선에 서 있는 듯했습니다.


1️⃣ 황지우, 「나는 너다 17」 – ‘사랑하니까 나는 없다’

황지우 시인의 시는 늘 격정적이고도 깊습니다.
이 시에서도 그는 사랑을 “자기 소멸의 열정”으로 표현합니다.

“사랑하니까/네 앞에서/나는 없다.”

자기 존재를 비우는 사랑, 그 뜨거움과 아픔이 작두날 위에 세워진 무중력처럼 위태롭고도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사랑은 나를 없애는 것, 혹은 죽음 혹은 사랑만이 내가 사라지는 방식이라는 명제를 시적으로 드러낸 강렬한 작품입니다.


2️⃣ 김현승, 「절대고독」 – 시는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입을 다문다

김현승 시인의 시는 늘 고요한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절대고독’이라는 제목부터 이미 어떤 깊이를 예고하고 있죠.
이 시는 인간의 언어와 감정이 끝나는 지점,
영원의 끝, 무한의 끝에 도달한 한 존재의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시는.”

시는 말할 수 없을 때 입을 다물고,
오히려 침묵이 시가 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절제되고 아름다운 결말입니다.


3️⃣ 조은, 「무덤을 맴도는 이유」 – 존재의 자리, 소멸의 온기

가장 현실적인 ‘죽음’의 이미지와 감각을 전달하는 시입니다.
‘무덤’, ‘썩는 열기’, ‘봉분’ 등의 단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자의 몸으로 느끼는 고독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사람들이 몇 줄 글로 남겨놓은 / 비문을 찾아 읽거나 / 몸을 잿더미처럼 뒤지며 / 한 생명이 무덤 곁에 있다.”

누군가는 죽음을 두려워해 외면하지만,
시인은 그 곁을 맴돌며 삶의 무게와 죽음의 실존을 동시에 마주합니다.
삶의 진실은 바로 그런 자리에 있다는 듯.


📌 오늘의 시가 주는 질문

  • 우리는 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나를 비울 수 있을까?
  • 절대고독, 그 침묵의 깊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 무덤 곁에서야 비로소 삶의 형태가 보인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세 시 모두, 존재의 끝과 감정의 극단에서 나온 아름다운 시들이었습니다.
삶을 돌아보는 오늘 같은 날,
한 줄씩 다시 음미해보면 더 깊이 와닿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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