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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 『채식주의자』 – 나는 무엇에서 벗어나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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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꿈을 꾸는 듯하면서도 숨막히는 현실을 따라가는 소설이었다.
“한 여자가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말하면
아마 이 책을 오해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은, 채식은 시작일 뿐,
그 안에 담긴 건 억압, 거부, 탈출, 그리고 자기 몸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채식주의자 - 한강


🌙 평범했던 여자의 조용한 선언

주인공 영혜는 어느 날 갑자기 채식을 선언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 선언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남편은 당황하고, 부모는 분노하고,
그녀를 이상하고 병든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한다.

나는 여기서 멈춰 생각하게 되었다.
왜 우리는 누군가의 변화나 선택에 이렇게 불편함을 느낄까?
왜 평범했던 사람이 갑자기 '다르게' 행동하면
그걸 병이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될까?

영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말을 통해
실은 오랜 시간 쌓여온 억압과 고통에 대한 조용한 거부를 시작한 것이다.


🔥 몸으로 외치는 말, 말로는 닿지 않는 곳

영혜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몸의 언어로, 식욕의 부정육체의 소멸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건 누군가에겐 이상하고 병적인 행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이 세상이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더이상 말이 아닌 방식으로 세상에 저항한 것이 아닐까.

나는 이걸 보며 생각했다.
지금 나는 얼마나 솔직하게 나를 표현하고 있을까?
혹시 나도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말하지 않고 삼키고 있는 건 아닐까?


🌑 결국 무너지는 사람들

이 소설이 무서운 이유는
영혜만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도 점점 무너져간다는 점이다.

남편은 자기 체면만을 챙기다 그녀를 외면하고,
언니는 끝내 동생의 이상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좌절한다.
모두 각자의 욕망과 질서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영혜의 침묵이 주는 파문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걸 보며 나는 이 책이
‘채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의 이야기’라는 걸 확실히 느꼈다.


🌿 내가 채식을 하지 않더라도

나는 고기를 먹는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채식주의자’라는 단어가 어떤 사람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언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거부하고,
또 각자의 이유로 어떤 경계를 넘지 않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채식주의자』는 그런 무언의 반항과 존재의 외침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무섭도록 강하게 들려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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